지난 일요일, 최근 일본에서 개봉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았다.
전전작인 <너의 이름은.>을 재밌게 보았지만 <날씨의 아이>는 보러 가지 않았었는데
“재난 트릴로지, 상업성을 추구하면서도 작품성도 잃지 않았다”는 리뷰를 보고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러가게 되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은 <초속 5센티미터>, <너의 이름은.> 두 작품 밖엔 보지 못했지만 두 작품에서 느꼈던 아름다운 풍경 작화와 음악이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멋지게 표현돼있었다.
확실히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처럼 상업성을 추구한 것은 확실해서 대중적으로 먹히는 캐릭터 설정과 판타지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그 내용 자체도 상업적이었냐 하면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일례로 입장 전에 걸려있던 안내문만 봐도 알 수 있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스즈메의 문단속> 본편에는 지진 및 긴급 지진 속보를 수신했을 때의 경보음이 울리는 씬이 있습니다.
경보음은 실제의 경보음과는 다릅니다만 감상하실 때는 아무쪼록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 안내문처럼 영화 본편에는 실제 생활에서도 일본인들이 많이 겪는 지진이나 지진경보가 울리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경보음을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트라우마 일 수도 있고 나 역시 도쿄에 살면서 여러번 지진을 겪어봤기 때문에 도쿄에서 지진 경보가 울리는 장면에서는 굉장히 긴장되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실제 일본에서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지진과 지진경보, 그리고 잊혀버린 과거의 자연재해들을 비추는데 신카이 감독이 정말로 상업성만을 생각했다면 이런 민감한 주제는 선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3•11 동일본 대지진조차도 이제와서는 잊혀져 가고 있지만 지금도 고향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지금도 자신의 건강을 담보로 고액의 알바 시급을 받으며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하청으로 청소일을 하는 가난한 젊은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일본 언론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매년 3월쯤에야 특집 방송으로 과거의 상흔 없이 굳세게 살아가는 (고향을 떠난) 이재민들의 모습만 짜깁기로 보여줄 뿐이다.
물론 다루지 않는다고 해서 일본인들이 그날을 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좀 불편한 이야기니까, 괜히 안 좋은 얘기를 하기 싫으니까 그저 가슴속에 묻은 것처럼 아무도 지난 과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비단 동일본 대지진에 국한된 이야기만은 아니겠지만 15년을 여기에서 살면서 실제로 311 때도 일본에 있었던 나로서는 더욱 “모두가 알지만 일부러 말하지 않는 것”에 대한 위화감을 느낀다.
하지만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이렇게 일본 사회에서 “모두가 상처받은 일이지만 이제 와서 아무도 말하지 않는 문제“를 정면으로 녹여냈다.
바로 그런 점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상업성만을 좇았다고 할 수 없는 이유라 생각한다.
그리고 설령 상업적인 영화라고 해도 어떠겠는가.
결국 이 영화로 인해 여태까지 아무도 어루만져주지 않는 상처에 연고 한번 바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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