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달에 한 번쯤 친한 일본인 동료들과 女子会를 한다.
직역하면 “여자회”인데 그냥 여자들끼리만 모여서 밥 먹고 술 먹고 하는 것을 ”女子会”라고 한다.
이번에 女子会라는 이유로 모인 곳은 바로 키요스미 시라카와 (清澄白河)였다.
키요스미 시라카와는 처음 역에서 내려서 밖에 나와보면 정말로 주택가 동네로 밖엔 안 보인다.
그 흔한 편의점도 많지 않고 역 주변에도 뭐가 없다.
그저 주택가만 즐비한 동네로 보이기 십상이다.

이런 길을 쭉 따라가다 보면 “여기에 식당 같은 게 있는 게 맞나?” 싶은 불안감도 드는데 사실 키요스미 시라카와는 이런 주택가 사이사이에 숨겨진 맛집이 많다.

이번에 간 “후지마루 양조소”도 이런 주택가 안에 숨겨진 맛집이다.
위에 사진처럼 간판도 불이 안 들어와 있어서 가게 앞에 와서도 영업을 하는지 안 하는지 조차도 분간이 안 간다(…)
아마 건물 자체가 맨션이기도 하고 주택가라 일부러 간판에 불을 꺼놓은 것 같기도 하다ㅎㅎ

아무리 봐도 작은 맨션으로 밖에 안 보이는 건물의 2층으로 올라가면 이런 예쁜 현관문 하나가 맞이해준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완벽한 비스트로다.
가게 안에는 손님들이 꽤나 많이 있어서 테이블석은 찍을 수 없었지만 카운터석은 물론이고 테이블석도 충실히 준비되어 있었다.

일단 애피타이저로 모둠빵과 샐러드를 시켰는데
와… 이 빵이 정말 정말 맛있어서 감격했다.
겉바속촉은 물론이고 곡물의 향과 고소함이 제대로였다..ㅠㅠ 또 먹고 싶다ㅠㅠ

“후지마루 양조소”라는 가게 이름에 맞게 각종 술도 제공한다. 특히 일본 각지에서 양조한 와인과 전국 각지의 일본주를 파는데 이 “OSUZU JIN” 은 일본주를 잘 못 마시는 내 입에도 딱 맞았다. 사케 토닉 같은 느낌.

가게 이름이 양조장인 게 아쉬울 정도로 요리도 맛있다.
기본적으로는 술과 함께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맛과 양이다.
이 파스타도 식사 겸 안주로 손색이 없었다.

탄수화물을 먹었으면 그다음은 고기다.
맛있는 소고기와 가니쉬가 나온 것에 맞춰 고기와 함께 마실 와인도 주문했다.

이 레드와인도 일본 이바라키현에서 양조한 것.
이바라키에 “무토 관광농원”이라는 포도농장이 있는데 거기서 포도 수확부터 양조까지 한 와인이라고 한다.
와인 지식이 해박하진 않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 술은 적당한 산미와 쓴맛, 그리고 포도향이 살아 있어서 딱 좋았다.

식사의 마지막은 역시 디저트.
파운드케이크를 먹었는데 이 가게는 사실은 베이커리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빵의 퀄리티가 좋다.
물론 면요리나 고기 요리도 훌륭했지만 원래 맛있는 술집에서는 안주도 맛있으니 어떻게 보면 맛있는 게 당연한데 어째서 빵 종류가 다 맛있는지 신기했다.

실컷 먹고 나서 마지막 한잔은 로제 와인으로 마무리했다. 이 로제 와인도 일본 국내에서 양조한 것.
산뜻하면서도 정말 달달해서 디저트 느낌으로 한잔하기 좋았다.
요리도 디저트도 술도 좋은 만큼 이 가게는 “싼 맛”으로 가는 가성비 맛집은 아니다.
못해도 1인당 예산 5천엔 이상은 잡고 가야 밀가루+고기+술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이때도 3명이서 3만 엔 정도 나왔는데
(사진을 찍지 않은 술들도 많이 마셨다. 그래서 더 비싸게 나온 것도 있다만…)
돈이 아깝다기 보단 “아 맛있는 좋은 음식을 잘 먹었다.”라는 느낌이었다.
물론 매번 인당 만 엔씩 내면서 밥을 먹을 순 없겠지만 연말 송년회나 특별한 날, 맛있는 술과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면 가봐도 좋을 가게 같다.
<후지마루 양조소 공식 홈페이지 (영문/일본어)> https://www.papilles.net/english/
English Home
www.papilles.net
<주소>
東京都江東区三好2-5-3 清澄白河フジマル醸造所 2F
도쿄메트로 한조몬선/ 도에이 오오에도선 키요스미시라카와 역 도보 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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