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벌써 도쿄 생활만 10년이지만 사실 아직도 도쿄를 구석구석까지 잘 알진 못한다.
도쿄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한국에서 사 온 도쿄 가이드북을 보면서 야마노테선을 타고
신주쿠-시부야-하라주쿠를 다니며 “아 이 정도면 도쿄 다 봤지~”라고 자신만만한 적도 있었지만
막상 여기서 살다 보니 도쿄가 얼마나 넓고 다닐 곳이 많은지 나는 별로 돌아다니지도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마음은 그래도 현실에서는 회사-집-회사를 오가는 게 위주가 되어 어느샌가 자주 회사 주변지역을 떠돌게 되었는데 그곳이 <신바시-시오도메-긴자-히비야-유락 쵸-도쿄역-마루노우치> 근방이다.
(지명이 잔뜩 나왔지만 사실 충분히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서로서로 가까이에 붙어있다.)
쉬는 날엔 별로 가고 싶지 않지만 막상 산책을 하거나 점심 약속 잡을 때는 이만한 동네가 없는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거리가 예쁘고 건물도 멋지고 고급진 분위기를 내는데 복작복작 번잡하지 않은 동네라면 여기만 한 곳이 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신바시 역을 단순히 “유리카모메를 타러 가는 곳” 이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원래 긴자-신바시-유락쵸-도쿄역 일대는 메이지유신 이후 근대화의 영향을 받아 제일 먼저 발전한 동네였기 때문에 현재에도 굉장히 세련된 동네로 유명하다.
특히 도쿄역에서 마루노우치로 이어지는 길에는 오래되었지만 멋진 석조건물도 많아 산책하기도 식사하기도 좋아서 자주 찾게 된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친한 동생을 만날 일이 있어서 마루노우치 주변 카페를 찾아갔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카페 1894”이다.
카페 1894는 JR <도쿄역>에서 도쿄 메트로 치요다선 <니쥬바시마에(마루노우치)>역으로 가는 길에 있는 미츠비시 1호관 미술관내에 있다.
참고로 도쿄역에서 니쥬바시마에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도쿄역 안에서 지하통로로 연결되어있기도 하지만 날씨가 좋은 날엔 길거리와 건물도 구경할 겸 지상으로 나와서 걸어가는 걸 추천한다.
걸어가다 보면 이렇게 멋진 벽돌 건물을 만나는데 바로 이곳이다.
카페 이름인 1894는 무려 이 건물의 준공 연도였던 1894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1894년은 일본이 메이지유신 이후 급속히 일본 근대화를 진행하면서도 외부로는 청일전쟁을 치르던 시기였고 조선에서는 전주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나 동학농민운동이 전개되던 시기였다.
그야말로 역사책에서 보던 시대에 지어진 건물인데 1894년에도 현재에도 이 건물의 주인은 미츠비시이다.
이 건물은 원래는 미츠비시의 은행 업무부가 있던 건물이었다는데 지금은 그 건물에 미술관과 카페가 들어선 것이라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앤티크 한 천장에 압도된다.
(+뭔가 적산가옥에서 본 적이 있는 것만 같지만 시대가 가까우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가게 자체가 꽤나 넓어 사진에 다 담기가 쉽지 않았는데 미츠비시 1호관 미술관 공식 사이트에 가면 내부사진이 잘 나와있었다.
카페 내부는 1894년 건물이 지어졌던 당시의 모습을 최대한 그대로 복원했다고 하는데 복원한 건물을 기념관이나 역사관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음식점으로 활용했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가게에서는 음료와 함께 버거나 샌드위치, 하야시라이스 (하이라이스) 같은 경양식을 제공하는데 이렇게 근대에 지어진 건물에는 전통 일식보다는 당시에 신문물로 즐겼을 경양식이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고른 메뉴는 파스타 런치.
식전 샐러드, 그리고 빵, 파스타를 주는 나름 런치 코스였다.
파스타는 무난한 맛이었지만 뭔가 허전해서 식후 디저트를 먹었는데 퀄리티가 높아 눈도 입도 만족스러웠다.
이 가게는 파스타도 빵도 괜찮았지만 요리의 맛보다는 건물 자체의 히스토리와 거기에서 오는 특유의 분위기가 이 가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가게 자체를 구경한다, 체험한다는 감각으로 방문하는 게 좋을 듯하다.
물론 그 옛날, 조선에서는 봉기와 전쟁이 한 번에 일어나던 험난하던 시기에 동시엔 일본은, 특히 도쿄에서는 이렇게 근대화에 성공했던 걸 생각해보면 참 미묘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카페 1894 공식 사이트>
https://mimt.jp/cafe1894/
新しい私に出会う、三菱一号館美術館
JR東京駅徒歩5分。赤煉瓦の建物は、三菱が1894年に建設した「三菱一号館」(ジョサイア・コンドル設計)を復元したもの。コレクションは、建物と同時代の19世紀末西洋美術を中心。
mimt.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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